음식은 재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에 담아, 어떤 불에 올리는가가 맛을 좌우한다. 동남아시아는 농업 기반 사회였지만 동시에 금속과 도자, 땔감 기술이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다. 조리기구의 진화는 단순히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접근성, 지역 자원, 사회 구조, 기술 전파, 외부 영향까지 총체적으로 얽혀 있다. 이 장에서는 동남아 각국(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의 전통 조리기구와 불 사용 문화를 비교하며, 그 속에서 발견되는 공통성과 변형의 흐름을 탐구한다.동남아 대부분의 전통 조리는 직화 방식의 불을 사용해왔다. 특히 벽돌이나 진흙으로 만든 ‘삼발라(Sambala)’형 화로는 거의 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다만 불의 형태와 땔감은 지역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