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음식이 하나의 장소에만 머무는 시대는 끝났다. 동남아에서는 특히 그렇다. 쌀국수 한 그릇, 바삭한 튀김 하나, 매운 소스 한 방울이 국경을 넘고, 섬을 지나고, 언어와 종교를 건너며 다른 얼굴을 갖는다. 나는 그런 음식을 따라,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이번엔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이 건너온 경로에 집중한다. 누가 들고 왔고, 어디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면, 지도에는 없던 미각의 국경선이 드러난다.---시작은 베트남 – ‘짜조’의 첫 걸음베트남의 북부 하노이에서 태어난 짜조(Chả giò). 돼지고기, 당면, 목이버섯, 당근을 쌀종이로 감싸 튀겨낸 바삭한 만두다. 뗏 명절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만드는 요리로, **‘가족의 손맛’**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이 음식이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