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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간 동남아와 20년 넘게 맺어온 인연으로 모아온 동남아 음식관련 메모내용을 바탕으로 블로깅을 했고, 또 이를 토대로 책을 내게되었습니다.교보문고 POD(Print on demand, 주문시 제작들어가서 재고운영이 불필요한 출간시스템)로 책을 내게되어 초기투자비는 거의들지 않았으나, 글부터 삽입 이미지와 표지 디자인까지 오롯이 혼자 했었기에 노력과 정성은 생각보다 많이 투입되게 되었네요.그러다보니 어느것보다 애정이 가는 저의 산출물중 하나가 되었습니다.광고할데가 없어 블로그에나마 남겨봅니다.https://search.kyobobook.co.kr/search?keyword=%EB%8F%99%EB%82%A8%EC%95%84+%EC%9D%8C%EC%8B%9D%EC%97%B0%EB%8C%80%EA%B8%B0&g..

싱가포르 편 - 국적 없는 국적의 도시, 냄비 하나로 이어진 정체성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다. 동시에 복합국가다. 인구는 적지만, 언어는 많고, 땅은 작지만, 정체성은 깊다. 이 나라의 음식 문화는 그 복잡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공간이다. 길 위에 놓인 냄비 하나에는 말레이의 뿌리, 중국의 방식, 인도의 향신료, 그리고 영국의 유산이 동시에 담긴다. 거리는 짧지만, 요리의 여정은 길다.싱가포르의 거리 음식은 흔히 '호커 센터(Hawker Centre)'로 대표된다. 에어컨 없는 개방형 푸드코트는 매일 수천 개의 냄비가 끓고 볶아지는 살아 있는 시장이며, 국민들의 식탁이다. 미슐랭 별을 받은 닭고기 라이스도 여기서 나왔고, 천 원짜리 식사도 같은 공간에서 끓는다. 이 도시국가의 정체성은 서류에 쓰인 국적보다, 거리의 연기와 냄비에서 더 잘 드러난다.우리가 지금 만나볼 ..

말레이시아 편 - 냄비 안의 민족, 냄비 밖의 공존

말레이시아의 거리를 걷다 보면 코끝을 자극하는 수많은 향신료의 향기, 각양각색의 언어가 엇갈리는 목소리, 그리고 증기로 가득 찬 작은 포장마차의 풍경이 먼저 다가온다. 이곳에서 거리 음식은 단순한 식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의 말레이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고, 갈등하고, 다시 어우러지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일상의 기록이자 거울이다.하나의 냄비에 각기 다른 문화의 재료가 들어가고, 같은 불로 끓여지며, 각자의 방식으로 먹는다. 그 안에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그리고 이슬람과 힌두교, 불교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녹아 있다. 말레이시아의 거리 음식 냄비는 때로는 타협의 공간이자, 때로는 정체성의 선언이기도 하다.지금부터 펼쳐질 다섯 개의 냄비는 그저 허기를 달래는 음식이 아..